푸치니 오페라 ‘TOSCA’ 완전 꿀잼
코로나로 2년만에 오페라를 보게 되었어요. 오페라에 목마른 관객들이 많았는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만원사례 였습니다.
노블아트 신선섭 단장님 초대로 오랜만에 토스카를 보았습니다.
토스카는 1800년 로마시대를 배경으로하는 비극입니다. 당당하고 질투심 많은 여배우 토스카와 개혁파 화가 카바라도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 이 사이에 정치범 안젤로티와 토스카를 흠모하던 왕당파 악당 스카르피아 남작이 끼면서 평범하던 두 남녀는 하룻밤만에 파국을 맞게 되는 치정극입니다.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에 비해 내용도 자극적이고 곡 자체도 자극적입니다. 교회 성가곡이 나왔다가 갑자기 군악이 나오는 등 빠르고 격정적인 스토리와 음악전환이 일어나서 마치 현대극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또한 성당 종소리, 총살할 때 탄약소리 등 소품이 실감나게 사용되고 연주없이 노래만 부르기도 하는 등 파격적인 오페라입니다.
오늘 노블아트 토스카에서는 남녀주인공 토스카의 서선영과 카바라도시의 박성규씨가 연기를 매우 잘해서 몰입감이 높았습니다. 특히 카바라도시의 박성규 테너는 아름다운 미성으로 1막 들어가지마자 ‘오묘한 조화’ 를 너무나 아름답게 불러 오프닝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악당역을 맡은 정승기 바리톤도 연기를 맛깔나게 잘했습니다.
다만 오페라의 공식처럼 된 소프라노와 테너에 바리톤 악당이 침범하는데 이번 토스카에도 좀더 저음의 바리톤 악당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반추해 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 등도 토스카에 나오는 아리아입니다.
연주를 맡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그렇게 잘 할줄은 몰랐는데 변덕스럽고 격정적이며 불협화음이 가득한 곡들을 잘 연주해 주었습니다.
특히 무대는 최근에 본 어떤 오페라 무대보다 설득력있고 아름다우며 효율적으로 디자인되어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1막의 배경인 성 안드레아 성당을 표현하면서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가 천장에서 내려오는 압도적인 장면은 성스럽고 권위있는 성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속적인 사건들을 암시하고 대비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그 주도적인 창의성에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김현정 무대디자이너와 함께 일해 보고 싶습니다.
조명도 좋았습니다. 성당 씬이 많아 스폿이 많은 연출이었음에도 스폿과 무빙 모두 놓치지 않고 잘 디자인 되었습니다.
어느 하나 흠 잡을 수 없을만큼 거의 완벽하고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거의 완벽한 오페라를 준비하느라 오랫동안 고생하셨을 음악인들께 감사드립니다.
오페라는 대표적인 문화예술산업으로 대규모 고용이 가능하고 문화예술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우수한 음악인재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안정적인 직업인이자 창작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 할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화평론가, 성균관대 교수 남정숙
도니제티 오페라 ‘안나 볼레나’ 리뷰
라벨라오페라단 이강호 단장님 초청으로 도니제티의 오페라 ‘안나 볼레나’를 보고 왔습니다.
도니제티는 엘리자베스 1세를 스토리라인으로하는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 ‘로베르토 데브뢰’ 라는
여왕시리즈로 세편의 오페라를 만들었습니다..
‘안나 볼레나’는 헨리 8세의 두번째 부인이자 천일의 앤으로 불리는 앤 볼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앤 볼린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와 스코트랜드의 여왕이었던 메리 스튜어트의 이야기로 이탈리아 이름이 마리아 스투아르다입니다.
라벨라오페라단에서는 작년에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공연했으니 도니제티의 세편의 여왕시리즈 중 두 작품을 한 셈입니다.
‘안나 볼레나’는 부인이 무려 6명이었던 헨리 8세의 두 번째 부인인 앤 볼린이 자신의 시녀를 사랑하는 헨리8세의 계략에 의해 간통과 부정을 저지른 왕비라는 모함과 사회적 모욕을 격으면서 억울하게 참수 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오페라나 연극에서 비극장르를 선택하는 이유는 인간이 극한적으로 불행하고 비극적인 상황에 몰릴 때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고, 특히 왕이나 귀족들의 극한적인 불행을 통해 일반시민들이 위로받고 카타르시스를 느낄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나 볼레나에서는 한 사람의 폭력적이고 독재적인 왕에 의해 선랑한 앤과 앤의 옛애인 퍼시와 오빠 로쉬포르와 악사 스메톤이 사형을 당하는 무지 억울한 상황에 관객들이 공감하게 됩니다.
현실에서 무지하고 독재적인 한 사람에 의해 공동체 전체가 위험에 처하고 퇴보되는 경우는 흔한 일이라 매우 공감이 되었습니다 ㅠㅠ
이번 ‘안나 볼레나’ 중 신경써서 본 부분은
도니제티가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가라 성악가들이 얼마나 벨칸토 곡과 창법을 잘 구현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서곡부터 아름답고 특히 안나가 마지막에 부른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성으로’ 아리아는 특별히 권해드립니다!
오페라 연출가로 레퍼런스를 쌓고 있는 이희수 연출이 마리아 스투아르다에 이어 안나 볼레나도 연출을 맡아서인지 특유의 세련되고 품격있는 연출의 결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벨칸토 오페라에 딱맞는 미성을 지닌 퍼시 역의 이재식 테너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왕비였지만 한 여성으로서 겪는 여성 특유의 복잡하고 내면적인 고통을 여성 연출자입장에서 좀 더 끄집어내고 다면적으로 접근해서 표현해 주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마리아 스투아르다와 유사하게
낭만주의 오페라임에도 불구하고 무대는 전위적이라고 할만큼 미니멀합니다. 조명도 무빙보다는 스폿조명 위주의 직관조명을 위주로 쏘아서 정돈된 칼각의 느낌을 줍니다.
공연자들의 동선연출도 대부분 주인공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을 이루게 하고 합창단도 2층에 정렬배치해서 권위적인 왕실문화를 체감케 합니다.
낭만주의 오페라의 특징을 거세하고 미니멀리즘적인 기제를 결합시켜서 묘한 언발란스가 세련미와 현대판 고전주의같은 지적인 미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저는 뭐니뭐니해도 낭만주의 오페라는 과도한 장식미와 거친자연. 자유로운 감성과 직관이 드러나는 쪽이 좋습니다.
오페라단마다 특징이 있지만 라벨라 오페라단은
타 오페라단에서 하지않는 새로운 오페라 제작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노력들로 국내 오페라계를 리딩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벨칸토 오페라 작품들을 연달아 공연하므로 마치 국내관객들에게 벨칸토 오페라를 제대로 소개하고자하는 사명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말입니다. 이강호 단장님 애 많이 쓰셨습니다!
내년에는 혹시 여왕시리즈 완결판인 ‘로베르토 데브뢰’ 제작해 주시면 안될까요?;;;
종합예술인 오페라가 걱정없이 제작되고 전 국민이 즐기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도록 노력을 보태 보려고 합니다.
좋은 공연 잘 봤습니다.
문화평론가, 성균관대 교수 남정숙